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은 만기가 없는 선물, 이른바 **무기한 선물(Perpetual Futures)**입니다. 전통 선물은 만기일이 되면 정산이 이루어지면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에 수렴하지만, 무기한 선물에는 만기가 없습니다. 그렇다면 선물 가격이 현물에서 한없이 멀어지는 것을 무엇이 막아줄까요? 그 장치가 바로 **펀딩비(Funding Rate)**입니다.
펀딩비의 작동 원리
펀딩비는 거래소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아니라,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이 서로 주고받는 돈입니다. 바이낸스 기준으로 8시간마다 한 번씩 정산됩니다.
-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게(프리미엄) 거래되면 펀딩비는 양수가 되고, 롱이 숏에게 돈을 지불합니다. 롱을 유지하는 비용이 생기니 과열된 롱 수요가 식고, 숏에게는 보상이 생겨 균형이 회복됩니다.
- 반대로 선물이 현물보다 낮게 거래되면 펀딩비는 음수가 되고, 숏이 롱에게 돈을 지불합니다.
즉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 가격을 현물에 붙잡아 두는 고무줄이면서, 동시에 지금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쏠려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심리 지표이기도 합니다.
숫자의 감을 잡아보자
바이낸스 BTCUSDT 무기한 선물의 기본 펀딩비는 0.01%(8시간 기준)입니다. 이 수준이면 시장이 대체로 균형 상태라는 뜻입니다. 별것 아닌 숫자처럼 보이지만 연율로 환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. 0.01%씩 하루 세 번, 1년이면 약 11%에 달합니다. 펀딩비가 0.05%로 오르면 연율 약 55%, 0.1%면 100%가 넘습니다. 포지션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펀딩비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됩니다.
관례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+0.05% 이상이 지속되면 롱 과열, 음수 펀딩이 깊어지면 숏 과열로 읽습니다. 2021년 강세장 국면에서는 펀딩비가 0.1%를 넘나드는 극단적 롱 쏠림이 자주 나타났고, 그런 시기 뒤에는 레버리지 롱들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급락(이른바 롱 스퀴즈)이 따라오곤 했습니다. 반대로 급락 직후 펀딩비가 깊은 음수로 떨어진 구간은, 숏이 과도하게 몰렸다가 되튀는 숏 스퀴즈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.